Essay 2

心은 집 2

BeatriceinBC 2013.12.03 10:09 Views : 1492

                                               은 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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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가 좋을 것이나어디에 살면 만족이 될 것이나열린하늘 아래로 현관입구가 햇살을 받아 배시시 웃는 표정을 하면 높은 점수를 주었다남쪽햇살이 드러누운 융단 같은 잔디가 좋고 블랙베리 울타리에 자두나무를 키우고 있는 단층집도 마음에 들었다바다가 보이는 거실이면 모든 병이 치유될 것만 같았다.

 

  

  집 보는 재미와 장단으로 머리가 흥에 놀아날 즈음한인문학회 회장님댁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한국에서 오신 박양근 교수님의 수필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문학과 예술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강의를 놓치기 아까워서 낯선 빅토리아의 밤길 운전도 마다않고 한숨에 달려 도착했다.

 

  

  회장님댁의 마당과 정원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흰자 없는 계란의 집 같다고 느끼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충격량이 많았다놀랍게도 노른자안에 세상의 이야기가 모두 모여있었다집을 둘러보던 가락으로 좋은 집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나는 부끄러웠다

  소리없이 대화하고 있는 그림들의 이야기가 들리는듯 했다

  키높은 조명은 계단 밝히는 소임을 잊은 채 천정에 남겨진 붓터치와 오사바사하고, 선반마다 아기자기하게 올라 선 타일화들은 이제 막 세수한 아기처럼 촉촉한 옹알이를 하고있었다

큰벽면을 덮고있는 큼직한 그림들이 연이어 눈에 들어왔다

침을 꿀꺽 삼키며 바라본 찬장화는 젊잖은 톤으로 안부를 물어온다작은 눈으로 보고 큰눈으로 보고 한참을 응시하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눈인사로 대신했다.

 

  

  나에게도 그림 그리는 꿈이 있었지

  꿈으로 채워진 집에 꿈처럼 들어와 있었다.

 

  집안 가득 채워진 시각적 자극은 마른 논밭에 닿은 물길이되어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다 빨려들어갔다

  초점을 조율하고서 벽그림과 내마음을 번갈아 보았다

  아오체의 구멍마다 새어나오는 신음

  

  내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너는 이런 집에 살고 싶었던 것 아니냐.’ 

  바로 그때 현실의 음성이 나를 후리쳤다.

 

  “집을 보러 많이 다니신다고요그래당신의 집을 어디에 두면 되겠어요?

 

  

  떠도는 영혼을 눈치 챈 교수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냉정한 사막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내 심장에 강렬한 검광이 되어 정곡을 찔렀다순간 출구없이 갖혀있던 녹물이 사방팔방으로 터쳐 나왔다준민하게 숨통을 죄어와서 미처 입을 벌리지도 못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고 심하게 흔들렸다꺼이꺼이 소리도 났다

천년만년 살집을 육신의 눈으로만 찾았으니, 내 영혼 쉴 곳을 어찌 이리 구걸했단 말인가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메잡아 두려 했던 광풍은 호위장군이 되어 늠름스레 주인을 반겨주었다.

 

  길을 잃어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마음의 집 안에 노른자위가 있었다

  이제 곧 부리가 나오고 다리가 나올 것이다

  평화로운 은신처에서 내 방황의 종지부를 찍고 힘껏 도약하리라.

  

  겨드랑이가 간지럽다날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예정된 비행기를 놔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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