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14일 토요일

제주도는 단절을 위한 도망이었어.

단지 며칠씩 반복될 뿐이길 바라면서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고싶은지 알아내고 싶었거든.

정확하게는 너와 간격이 있어도 이걸 내가 견디면서 살아갈수있을까 하는 문제를 

풀어보려는 작정을 한거야.

제주도는 신장투석과도 같은 방식으로 하늘길을 통과해서 도착했어.

그래야 니가 있는 차원에 허락되지 않는 나의 존재를 위로할수있으니까.

올여름 하늘길을 몇번 오가고 나니 왜 진작 이렇게 상심의 심장을 희석하지 못했나 하고 눈시울이 달아오른다.

필, 나는 너를 생각만해도 항상 가슴이 떨렸었어.

너무 몰라서. 너무 멀어서. 너무 차거워서 그리고 너의 눈은 항상 먼 태양을 향하고 있어서. 

이것은 제주도 집 마당에서 빨갛게 익은 무화과를 3개 따서 몽땅 베어먹고난후 거의 치유되었어. 

너를 보아도 이제 떨리지 않아.  아무 맛도 안나는 무화과씨동굴이 쪼개지고 씹어주고 또 더 작게 쪼개지고 씹어주고나니까

없는 맛도 내 뱃속을 채울수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거든. 

너는 아무 맛도 아무런 감동도 없는 길위에서 만난 도보자일뿐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니가 말을 걸어와서 놀랐고 니가 허그를 해서 떨렀고 니가 돌아누워서 우울했던 날들이 이제 아무런 의미 없는 맛이었음을 알겠어.

니가 아쉬워할수도 있겠지만 너를 생각할때도 너를 직관할때도 안떨린다.

파동을 받기만 하다가 내가 파동을 만들수도 있는 것은 고통의 성장을 증명하는 것이 맞을꺼야.

나는 자랐어, 옆으로든 거꾸로든 뒤로든 나는 성장했어.

쓴맛으로 신맛으로 배신의 탄맛으로 키워진 나는 특별한 버섯처럼 존재할거야.

삼천년은 기억될 포자들. 세상 곳곳에 뿌려지더라도 너는 막을수없을거야. 나도 손쓸수없이 존재를 이루어낸것이기에.

특별한 버섯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흠이지.  

 

필. 너는 어떻게 그리고 어디로 성장하고 있니? 곤충류 아니면 이리나 여우? 고양이과라고 해도 너와 같은 세상사는 이들이 

그렇다는 답을 선택한 사인을 받아들여줄거야. 

 

필, 질문하나 해도 될까? 2000만원짜리 벤츠와 500만원짜리 모닝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이 질문도 너에게 시비건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면 흉측도 하지. 

 

필, 제주도 신화 리조트의 아쿠아풀장은 천태만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넘실대는지  나는 그 울렁거리기로 과식한 제조선수가 된것 같았어. 루이의 반바지단 아래 두 종아리는 일미리도 안틀리게 당신의 양쪽다리를 복사붙이기 한것 같았어.

너는 너의 종아리 무릎 장단지를 미끈하다고 생각하면서 자만에 기분 뻑이나 뻑하는것 같던데 그러지말아 줘. 

주위사람들의 얼굴과 몸매얘기를 돌려말하는 것은 자만에 맹독이 잔뜩 올라 부풀어있다는 뜻아니겠어?

이제 떨리지 않는 날들의 시작을 기념하며 

너에게 전하고싶은 말을 남겨본다.

이제 니가 떨리지는 않나? 이제는

내가 너에게 너무 가까지 가지 않을거니까 걱정안해도 돼 

내가 너에게 가까이 가는 것을 엄청 겁냈다고나 할까 너는 그렇게 보여.

나는 너에게 다가가는 것을 이제 멈출테니까 

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제는 딴짓으로 표현하지말고 

니가 먼저 말해.  친해지고 싶다고.

또는 친해지고 싶지않으면 너도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말해.

나는 너의 마음도 모르는채 너의 육순 칠순 팔순을 맞으며 대소변 받아주는 역할은 안하고 싶어.

아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조금은 했다.

전달은 안될수도 있겠지만. 분명한것은 

나는 이제 떨고만 있는 바보는 아니라는 것이야.

바르게 살아. 그렇다면 내가 다시 너에게 반할수도 있어.

오늘까지 안녕.